동아에스티(170900)의 달라진 행보. 투자
1. 여의도의 등용문, 동아에스티
준비하고 있는 글이 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오늘은 썰을 간단히 풀고 마무리할까 한다.
증권사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분들 중에 동아에스티 연구원 출신 분들이 꽤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벤처캐피털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꽤 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좋게 생각하면 동아에스티를 인재 양성소로 볼 수도 있고, 나쁘게 생각하면 R&D에 야박한 제약회사로 생각할 수 있다.
둘 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났던 현업에 계셨던 동아에스티 출신 애널리스트, 벤처캐피탈리스트 분들은 모두 업계 톱클래스 인재로 평가받았고, 이들을 본받고자 하는 후배들이 너 나할 거 없이 그들의 발자취를 이어나가고 있다.
2. '여의도백화점' 같았던 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를 처음 기업 방문했던 시기는 L증권사(지금은 C증권사로 바뀌었다)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었던 2015년이었다. 제약바이오가 아니면 주식도 아니었던 그 시절 내가 느낀 동아에스티는 '여의도백화점' 같았다. 정체성이 애매모호했다. R&D에 야박한 회사라기보다는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었다. 그때에도 매출의 10%는 R&D에 투자했다.
처방의약품 전문 회사라고 보는 것이 맞지만, 당시 스티렌 약가 인하로 처방의약품(ETC) 실적이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반면 박카스 수출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ETC전문회사로서 체면을 구겼다. 신약개발도 나름 열심히 진행하고 있었고, 바이오시밀러도 개발하고 있었다. 결핵치료제 원료의약품도 수출하니, 기업 설명을 들으면서, 이 기업을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고민이 많이 들었다.
이 당시 제약회사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신약을 개발해서 대박을 꿈꾸느냐(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기존 오리지날 의약품을 개량하여 영업으로 승부 보려는 중소형 제약사(유나이티드제약, 대원제약 등)로 구분됐다. 동아에스티는 이 두 갈림길에서 그 어떤 것도 놓지 않았다. 동아에스티는 제약회사 4대 천황(유한양행, 동아제약, 종근당, 한미약품)이었기에, 체면이 있지 중소형 제약사와 나란히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3. 신약 항생제는 어디로 갔는가
동아에스티가 신약업체로 관심받았던 때가 있었다. 2014년 동아에스티가 야심차게 개발한 차세대 항생제 '테디졸리드'가 미국 FDA 신약 승인을 받으며, 우리나라 2호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테디졸리드는 약물 이름이고, 상품명은 처음에는 Sivextro(시벡스트로)였다. 시벡스트로는 MRSA를 타깃으로 한 항생제로 개발되었고, 같은 타깃의 화이자 자이복스 대비 효능과 편의성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외 판권을 미국 Cubist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기에 판매가 되면 로열티를 수취하는 구조였다.
당시 2014년 당시 MRSA항생제 시장이 약 3조 원이었고, 30%를 가져온다면 9,000억 매출, 로열티 수취를 5%만 가져도 500억 원 가까이 됐었기 때문에 당시 동아에스티 연간 영업이익 전체를 로열티로 벌 수 있겠다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사야 하지 않나 어필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이후 CUBIST는 머크에 M&A 되면서 판권 역시 머크로 이전되었다. 머크사로 인수되면서 답답해졌던 부분이 있었는데, 시 벡스트로 월별 처방 데이터를 M&A 이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 시벡스트로 매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동아에스티에서 이 항생제를 거론하는 리포트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3. 2020년 병원 영업도 못해...ㅠㅠ
2020년 초 동아에스티는 식약처 행정처분을 받았다. 2020년 이후 ETC 매출이 곤두박질 쳤고, 박카스도 코로나 여파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꾸준히 R&D 성과를 내고 있는 듯 하나, 2016년에 애브비에 면역항암제 DA-4501 이후 이렇다 할 L/O가 없다. 총체적으로 난국에 빠졌던 2020년이었다.
4. 2021년 전환사채 발행 결정. 제대로 된 투자의 시작인가
그렇게 주식으로서 잊혀져갔던 동아에스티가 최근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공시를 냈다. 기존 제품들의 판매 향상을 위해 송도에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 이미 229억 원은 투자가 됐고 510억 원을 이번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시설투자보다 운영자금 420억 원이 더 눈에 띄는데 신약 개발 R&D 투자에 쓰인다. 만성 판상 건선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DMB-3115의 3상 진행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기사를 통해 단백질분해약물(TPD)을 라이선스 인했고, 미국 당뇨학회(ADA)에서 GPR119 1상b 결과를 발표하는 등 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각은 여전히 R&D 모멘텀이 부족한 회사로 여겨지고 있지만, 인식을 바꾸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기에 신약개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음악의 거장 베토벤은 기타(Guitar)는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말을 남겼다. 동아에스티가 글로벌 제약사들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는 없어도 '여의도백화점'의 이미지가 아닌 작은 오케스트라 처럼 조화가 잘 이루어진 신약기업 이미지로 탈바꿈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