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엔비디아와 에코프로, 매매와 투자의 영역
    계량분석. 펀더멘털까지 2024. 3. 10. 14:22

    1. 하루 아침 -5.55% 급락한 엔비디아

    그림1. 엔비디아 최근 6개월 주가흐름과 거래량

     

    금요일 밤 미국 주식 시장 흐름을 확인하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정반대의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분명 전일 대비 1% 상승 흐름이었고, 상승 재료였던 경제지표(고용, 실업률)도 시장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바꿔놓을 만큼 해석의 논란을 야기할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종목들을 보니 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미국 시장 대장주 역할을 하던 엔비디아가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장대음봉으로 전일 대비 -5.55% 하락 마감한 것이었다. 

     

    그림 2. 에코프로 '23년 7월 고점 하락 출현 전 6개월 주가 흐름과 거래량

     

    2. 작년 에코프로가 떠오르다

    엔비디아의 장대음봉을 보면서 문득 작년 7월이 떠올랐다. 이 당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에코프로가 단연코 시장의 대장주였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고평가 이슈는 '23년 상반기부터 제기됐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퍼포먼스는 광기 그 자체였다. '23년 1월 100,000원대에 거래됐었던 에코프로는 '23년 7월 고점 무렵에는 하루에 100,000원 씩 오르는게 예삿일이 되었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누구나 에코프로를 알고 있고, 주식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에코프로를 물어봤다. 

     

    '23년 7월 26일에도 에코프로는 시가대비 무려 236,000원이 오른 1,539,000원을 찍으면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광기의 모습을 연출했다. 그런 흐름은 오후들어 급반전했다. 1시부터 거래량이 동반된 장대음봉의 출현과 함께 주가는 311,000원 하락(고점 대비 -20.2%)한 1,22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림 3. 에코프로 '23년 7월 26일(역사적 고점) 30분봉 흐름

     

    그림 4. 에코프로 '23년 7월 26일 이후 주가 흐름

     

    에코프로는 장대음봉 출현 이후 하루 더 폭락했다. 다음날 100만원 선이 무너지면서, 한 때 961,000원까지 하락했다. 전일 1,539,000원에 주식을 매입한 사람은 하루만에 스몰캡 주식에서나 볼 법한  -37.6%의 참담한 수익률을 받아봐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다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약 한달간 1,000,000~1,200,000원 선을 왔다 갔다 했다. 이 주식이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한달 뒤인 9월부터였다. 

     

    3. 숏포지션으로 고생했던 '23년 7월

     

    사실 필자는 작년 7월 초부터 코스닥 시장 숏포지션을 잡고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에코프로가 10만원씩 오를 때마다, 코스닥150 선물 숏포지션의 손실은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가치대비 고평가는 너무나 자명했다. 에코프로는 주식 선물이 없었기 대체 상품인 코스닥150 지수 선물에 숏포지션을 잡아놨던 것인데, 이미 광기의 영역에 진입한 그들은 하락하는 법을 잊어버린듯 했다. 

     

    주식시장에서 숏포지션을 잡는 일은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고, 배당을 받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모두가 상승의 행복에 취했을 때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뭐 하고 있지?' 란 생각을 작년 7월에 가장 많이 했던 시절이었다.

     

    에코프로의 폭락을 보면서, 나는 책장에 꽂혀 있던 윌리엄오닐의 '공매도 투자기법'이란 책을 살펴보았다. 현역 시절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눈대중으로 읽었던 책인데,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공매도 투자기법'이라는 말보다는 '공매도 매매기법'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공매도 시점, 신호 등 기술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림 5. 윌리엄오닐 '공매도 투자 기법'의 공매도 거래 해부 그림 발췌

     

    에코프로의 주가 흐름은 이 그림과 얼추 비슷했다. 책에서 소개된 '많은 거래량과 함께 주가가 신속하고 맹력한 속도로 하락' -> '얄팍한 지지 영역이 무너진 뒤 몇 차례 반등' -> '다시 거래량 증가와 함께 하락' 패턴과 에코프로의 주가 흐름은 매우 유사했다. 에코프로는 8월 몇차례 반등을 시도 했지만, 이내 거래량을 동반한 하락 신호가 나타나면서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 흐름을 연출했다. 필자는 숏포지션을 9월 초까지 보유했다. 저 그림으로 따지자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 6. '23년 7월 코스닥150 선물 숏포지션 설정, 청산 시점

     

    수익은 났지만, 매매의 관점에서는 실패라고도 볼 수 있다. 설정 시점이 너무 빨랐고, 청산은 더 빨랐다. 거의 책에서 설명한 공매도 설정 시점에 나는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고 싶어 수익을 확정해 버렸다. 

    4. 투자의 영역과 매매의 영역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엔비디아의 장대 음봉 출현은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을 염두해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1차 공매도 타이밍이며, 시장 컨센 서스 공정 가치 대비 고평가 영역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요일 흐름이 너무 드라마틱한 폭포수 흐름을 보였던 터라, 1차 공매도 타이밍은 지나갔을 수 있다. 에코프로처럼 다시 반등의 시도가 수차례 나올 수 있고, 다시 고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 다시 상승 흐름을 연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적으로 매매의 관점에서의 전망이라는 점이다. 

     

    매매의 관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진입과 청산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필자가 작년 코스닥150 숏 포지션 설정을 실패라고 보는 이유는 겉으로는 투자의 관점이라 얘기하면서도, 속으로는 완전히 매매의 관점에서 접근했었다라는 것이다. '와 이건 정말 과매수 권이다'로 시작한 나의 매매 접근 논리는 어느새, 에코프로 가치평가를 논하고 있었고, 그리고 나서 윌리엄 오닐 책을 살펴 보았고, 그제서야 포지션을 유지하기로 마음먹고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운이 좋아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다.

     

    엔비디아 장대 음봉의 출현으로 엔비디아에 대한 물타기 혹은 추가 공매도 전략은 어디까지나 매매의 영역이다. 진입과 청산 계획 설정이 명확해야 한다. 

     

    내가 지금 매매를 하고 있는지, 투자를 하고 있는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엔비디아의 에널리스트 공정가치는 인베스팅닷컴 기준 주당 811불이고, 주가는 현재 875.28불로 시장에서는 고평가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본인이 분석하기에 따라 엔비디아가 전세계 AI 산업의 핵심 중추역할로 판단하고, 향후 지배력을 고려해 현재 주가도 가치대비 저평가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투자의 영역이다. 이를 매매의 재료로 생각할 때, 혹은 롱포지션을 잡고 손실이 나기 시작했을 때 포지션을 보유하는 이유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